대한BJJ평의회, “밥그릇 싸움이 아닌 밥그릇 깨뜨리는 격”

잡학왕 / 2015. 6. 4. 20:05

지난 5월 1일, 대한주짓수협회(KJJA)와 대한브라질리안주짓수연맹(KBJJF)의 업무협약이 언론을 통해 발표되자 한국 브라질리안주짓수에 큰 파장이 일었다. 이후 KBJJF를 제외한 국내 BJJ인들은 스스로를 대변하고 보호 할 수 있는 ‘대한브라질리안주짓수평의회’(이하 평의회)를 조직하기 시작했고, 6월 1일 정식 발족했다. 평의회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채인묵 동천백산 총관장을 만나, 평의회가 성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활동을 벌여나갈지에 대해 들어봤다.


채인묵 관장(가운데)


Q : 대한브라질리안주짓수평의회(이하 평의회)가 설립된 계기를 듣고 싶다.

A : 평의회는 재작년부터 기획됐다. 나는 한국 주짓수 초창기부터 주짓수인들의 권익을 위한 평등한 단체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이번에 결성된 평의회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Q : 현재 평의회에 참여한 분들, 구성은 어떤지?

A : 내가 속해있는 동천백산을 비롯해 대구 쎈짐, 존 프랭클 네트워크, 본 주짓수, KJ 연합, 팀 루츠 등 국내 주짓수 체육관 관장 및 지도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현재 140여개의 체육관이 평의회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Q : 평의회 이전에도 한국브라질리언주짓수연합회(KBJJC, 이하 연합회)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유명무실하다.

A : 연합회를 조직할 때도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국내 BJJ인들이 처음으로 모여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를 만들고자 했다. 지금은 과거의 내홍으로 연합회가 유명무실한 단체가 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Q : 한 번의 내홍을 겪으면서도 다시금 평의회를 조직한 이유가 있을 텐데.

A : 연합회 이후 10여년이 지나고 재작년쯤 다시금 주짓수인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세계경찰무도연맹에 주짓수를 포함시키는 계기를 통해 BJJ인들에게 연락을 하며 처음 평의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많은 분들이 좋은 생각이라며 동의해주었다.


Q : 경찰무도연맹 주짓수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 평의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A : 경찰무도연맹 주짓수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평의회도 진행할 생각이었다. 근데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면서 경찰무도연맹 주짓수를 진행하던 것이 잠시 중단됐다. 자연스럽게 평의회 진행도 더뎌지기 시작했고….


Q : 보통은 이번 KJJA와 KBJJF의 업무협약 발표 후 급박하게 평의회가 조직된 것으로 알고 있다.

A : 아니다. 평의회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더디지만 천천히 진행돼왔다. 물론 평의회가 수면위로 등장하게 된 것은 KJJA와 KBJJF의 업무협약 이후부터다. 이 협약으로 인해 한국 BJJ계가 볼 피해가 눈에 뻔히 보였기 때문에 평의회 조직화를 더욱 가속화한 것은 사실이다.


Q : 이번 평의회 조직의 목적이 대한체육회 가맹과도 관련이 있다고 들었다.

A : 평의회 조직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한국 BJJ인들의 권익 보호다. BJJ가 제도권으로 들어가게 되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대한체육회에 BJJ 가맹을 타진했다. 그런데 대한체육회 담당자는 BJJ와 유사종목에서 문의가 들어온 상태라고 이야기했다. 즉 JJIF의 주짓수(Ju Jitsu)와 BJJ를 유사종목이라고 판단하고 있던 것이다. ▲영문 철자가 다르더라도 한국어로는 똑같은 '주짓수'라는 명칭 ▲JJIF의 '네와자'와 BJJ의 경기 형태 유사성이 문제가 된다고 했다. 대한체육회는 유사종목 단체가 1개 이상 있을 경우 통합을 권고한다. 대한체육회가 JJIF의 주짓수와 BJJ는 유사종목으로 판단한 이상 통합을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평의회에게 통합을 권고했고, 평의회의 BJJ가 국제적인 스포츠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국제 라이선스 또한 요구했다.


Q : 국제 라이선스는 사실상 KJJA가 더 유리하지 않나? JJIF의 주짓수는 스포츠어코드에 가맹된 종목이고 아시안게임종목에 채택되었다는 증명을 갖고 있다.

A : KJJA의 장순호 회장과 긴 시간 통화를 했다. 그가 말하길 "우리들이 힘을 써서 해외의 자격을 취득해왔기 때문에 한국 BJJ와 합칠 필요는 없다. 다만 모든 주짓수 유파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해 시혜를 배풀겠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내가 한국 BJJ를 포함하지 않고 대한체육회 가맹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 


Q : 현재 국가에서 유사종목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인데 가능할까?

A : 사실 한국 BJJ는 아시안게임 출전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사람은 매우 한정적이고 그 인원을 내보내고자 신경 쓰는 것이 우린 싫다. 이러한 상황인데 KJJA가 왜 자꾸 한국 BJJ에 접근을 시도하는지 잘 모르겠다.


Q : KJJA에선 반대로 이야기 하더라. 한국 BJJ쪽에서 자꾸 접근을 해오고 있다고 하던데.

A : 한국 BJJ가 먼저 그쪽에 접근할 이유가 없다. 자신들에게 라이선스가 있고, 자신들의 지부가 1000개라고 했다. 라이선스와 세력이 있고 유사종목만 아니면 대한체육회 가맹하면 그만이다. 법대로 하시고 단독으로 할 수 있으면 가입하라고 했다.


Q : 지금 상태라면 KJJA와 평의회는 평행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협상의 여지는 전혀 없나?

A : 우리가 원하는 것은 JJIF의 주짓수와 BJJ의 이원화다. 만약에 합쳐야 한다면 합쳐지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합쳐진 상황에서 두 종목은 철저하게 이원화돼 서로의 권익을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 서로 시스템이 다른 유술 아닌가? 서로의 입지를 침해받지 않기 위해선 법안을 상정하고 정관을 제정해야 한다. 법과 정관이 제대로 정해지기 위해선 정확히 5대 5의 임원배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Q : 평의회의 입장은 약간 형태는 다르지만 KBJJF가 KJJA와 업무협약을 통해 밝힌 내용, '서로의 무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상태에서 서로의 발전을 도모한다'라는 것과 비슷한 내용인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A : KBJJF은 한국 BJJ를 대표하는 단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공인된 단체, 한국 BJJ를 대표하는 것처럼 활동하고 있다. IBJJF의 공인인증을 받아 경기를 치르는 사단법인이라 하여 한국 BJJ를 대표할 순 없다. 한국 BJJ 지도자 대다수로 구성되어 있는 평의회야말로 한국 BJJ를 대표하는 단체다.


그리고 현재 KJJA와 KBJJF의 업무협약 내용에는 서로의 분야를 침범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구속력을 서로 갖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KJJA가 대한체육회에 가맹을 마치고 JJIF의 주짓수가 BJJ를 침범하는 일이 일어났을 경우 한국의 BJJ인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이 부분이 명확하게 보장되지 않는다면 KBJJF와 함께 하기 힘들다.


Q : 서로의 범위를 침범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A : JJIF의 주짓수와 BJJ의 수련체계는 다르다. 예를 들어 블랙벨트를 기준으로 보자면 BJJ의 수련기간이 훨씬 길다. 현재 KJJA는 아시안게임에 JJIF의 주짓수가 채택된 것을 계기로 합기도 계열 체육관을 주짓수 체육관으로 바꾸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동일한 주짓수라는 이름을 내건 JJIF의 주짓수와 BJJ가 경쟁을 한다면, 처음 주짓수를 수련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짧은 시간에 승급이 되는 JJIF의 주짓수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BJJ 체육관은 문을 닫거나 생계를 위해 JJIF의 주짓수 승급체계를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 결국 이것은 BJJ가 소멸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제도적인 장치나 행정적인 권한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한국 BJJ의 소멸을 막을 수 있지만 권한이 없을 경우 한국 BJJ의 미래는 어둡다. 이러한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평의회의 입장이다.


Q : 현재 KBJJF가 평의회가 원하는 부분을 얻진 못했지만 평의회를 위시한 한국 BJJ인들이 KBJJF에 힘을 실어주어 그 권리를 얻어낼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A : 안 그래도 KBJJF로부터 함께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좋다고 했다. 대신 KBJJF도 평의회의 방식대로 1인 1표를 가진 상태에서 모든 것을 정하자고 제의했다. 이를테면 임원을 투표로 뽑는 과정에서 대표가 바뀔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협회여야 한국 BJJ인들이 요구하는 것을 반영하는 단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뜻을 전달했지만 KBJJF측에서 난색을 표했다.


Q : 현재 평의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존재는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 드러나는 것이 없다.

A : 지난 6월 1일에 평의회 첫 모임을 갖고 평의회의 취지와 진행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주에 임원, 조직구성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Q : 앞으로 평의회는 어떤 활동을 펼칠 예정인지?

A : 한국 BJJ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실력행사를 할 것이다. 7월에 평의회 주최로 주짓수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1천명이 넘는 대회를 개최하고 이를 바탕으로 IBJJF에 서한을 보낼 생각이다. IBJJF가 KBJJF와 평의회 가운데 어떤 쪽이 더 권위가 있는 곳인지 잘 판단하길 원한다.


Q : 마지막으로 한 마디.

A : 나도 사실은 많이 두렵다. 아무리 당위성이 있어도 스스로 와닿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사람이다. 지금 상황을 관망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이 계시는데 그 부분이 참으로 안타깝다. 욕심을 버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상황은 서로의 밥그릇을 차지하려고 싸우는 모양이 아니라 오히려 밥그릇을 깨뜨리는 격이다. 일선 관장, 사범들이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에서 10여년 동안 만들어온 BJJ의 색깔이 존속되느냐 사라지느냐의 문제다. 이런 상황에선 실력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평의회에 한국 BJJ의 의견이 모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성욱 기자 mr.sungc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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