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챔프' 최영 "더 몰락하려면 다다음 스테이지까지 올라가야…"

이교덕 기자 / 2015. 10. 12. 19:59

사진 제공 ⓒMOOZINE.NET 최우석 편집장


최영은 11일 일본 오사카 아베노 구민회관에서 열린 '딥 케이지 임팩트 2015 오사카 대회(DEEP CAGE IMPACT 2015 In OSAKA)'에서 챔피언 나카니시 요시유키(30·일본)를 3-2 판정으로 제압하고, 꿈에도 그리던 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종합격투기 선수 생활을 시작한 지 12년 만에 처음 차지하는 벨트였다. 하지만 그는 "기쁨보다 안도감 더 컸다"고 말했다. "격투기 시작한 지 12년이 됐는데, 이번에 실패하면 이제까지 해온 것이 무너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최영은 더 몰락한 늙은이가 되기 위해 다다음 스테이지까지 치고 올라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몰락하려면, 내가 생각한 다음 다음 스테이지까지 올라가야 한다. 거기서 떨어져야 몰락이다. 더 올라가야 몰락한 노인이 될 수 있다"며 웃었다.


아래는 전화 인터뷰 전문.

- 프로 데뷔 12년 만에 벨트를 차지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 벨트를 땄다는 기쁨보다 안도감 더 컸다. 격투기 시작한 지 12년이 됐는데, 이번에 실패하면 이제까지 해온 것이 무너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나이니까. 물론 신체적인 면에선 선수 생활을 지속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번에 패하면 '과연 계속할 이유가 있을까' 계속 생각했다. 그래서 승리하고 나니 다행이라는 마음뿐이다. 더 싸울 수 있으니까.

- 벨트를 집에 가지고 왔을 텐데, 벨트를 보면 떠오르는 생각은?

▲ 감격스럽다는 느낌은 아니다. 왜냐면 목표가 더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다. 여기서 만족해 버리면,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억지라라도 '만족스럽지 않아'라고 되뇌인다. 목표로 가기 위한 통과점일 뿐이다.

- 그 목표가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는가?

▲ 한국의 여러 파이터들은 UFC 진출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내 목표는 꼭 UFC가 아니다. 수천 만원의 파이트머니를 주는 큰 프로모션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돈이 꼭 중요한 건 아닌데, 파이트머니는 내 가치를 나타내는 숫자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 프로 파이터의 가격표 같은 것이다.

- 최근 일본의 라이징(Rizin)이라는 큰 단체가 탄생했다. 분명 높은 파이트머니를 줄 만한 큰 단체인 것 같다.

▲ 딥 챔피언이 됐으니 가능성이 제로는 아닐 것이다.

- 로드FC도 챔피언급 선수들에게 경기당 3000만원 이상을 보장하고 있다.

▲ 그런 좋은 대우라면 로드FC 진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 나카니시 요시유키와 접전을 펼쳤고 판정도 3-2였다. 국내에 동영상이 소개되지 않았다. 내용을 알려 달라.

▲ 솔직히 너무 죽기 살기로 싸워서 경기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1라운드에 펀치 정타를 몇 차례 넣었다. 마지막에는 등으로 돌아서 선 채로 백포지션을 잡았고 스플렉스를 하는 상황에서 1라운드 버저가 울렸다. 2라운드는 기억이 거의 안 난다. 잽을 몇 번 맞았던 기억이 있다. 3라운드는 오른손 롱 훅을 맞췄다. 기억은 그것뿐이다. 하하하. 나카니시가 3라운드 내내 테이크다운을 3~4차례 시도했는데 넘어가긴 했지만 바로 일어나서 포인트를 빼앗기지 않았다. 경기 영상을 봐야 정확히 어떻게 싸웠는지 알 것 같다.

- 과거 우리나라에서 활동할 땐 타격이 없는 반쪽 그래플러였다. 그런데 최근엔 KO승 비율도 늘고 타격으로 경기를 이끌어 간다.

▲ 솔직히 반쪽짜리 선수였다. 타격을 거의 못했다. 아마 아실 것이다. 타격의 필요성을 느끼고 훈련에 집중했다. 그런데 종합격투기가 재밌고 어려운 것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타격에 집중하다 보니 그래플링 훈련을 거의 안 하게 됐다.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하지 않게 됐고 타격 비중이 늘었다. 그랬더니 '이상한 스트라이커', '반쪽 스트라이커'가 됐다. 하하하. 다시 레슬링과 주짓수 훈련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 다친 곳은 많이 없는가?

▲ 인사이드 로킥을 많이 차서 오른쪽 발이 심각할 정도로 많이 부었다. 금세 나아지진 않을 것 같다. 통화 중인 지금도 얼음 찜질을 하고 있다.

- 로드FC 후쿠다 리키와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화제가 됐다. 이 대결 구도에 관심이 높다. 후쿠다와 싸운다면 몇 대 몇으로 보는가?

▲ 챔피언이 돼 자신감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후쿠다 리키는 내가 인정하는 실력자다. 5대 5라고 본다. 서로 장단점이 있으니까. 지금은 같은 위치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만날 때까지 누가 더 성장했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묵묵히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그 사이 분명히 위기도 몇 차례 있었을 것 같다.

▲ 3년 전 무릎 반월판 연골에 큰 부상을 입었다.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은퇴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투지로 참아냈다. 뭐라고 설명할 길이 없다. 투지로 그냥 버텼고 지금은 통증 없이 완치됐다. 투지라고 밖에는...

-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

▲ 근거 없는 나에 대한 믿음이랄까? 아직 더 할 수 있다, 난 여기서 끝날 선수가 아니다라고 믿었다. 그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게 해줬다. 그리고 아직 그 마음은 그대로다. 난 여기서 끝날 사람이 아니다.

- 한국 동기들도 최영 선수의 챔피언 등극 소식을 상당히 기뻐했다. 그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 운동을 같이 시작했던 나의 동기들, 친구들이 내가 현역으로 활동하는 것을 알고 기뻐해 주고 있다는 마음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그러한 마음이 전해져 내겐 큰 힘이 된다. 아직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이 그들에게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

- 팬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한다.

▲ 예전부터 최영이라는 선수를 지켜봐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는 팬들은 부모님의 마음으로 날 응원하고 있다고 느낀다. 솔직히 난 나를 위해서 싸운다고 생각하는데, 그 한켠에 팬들을 위한 경기를 펼쳐야 겠다는 마음이 있다.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

- 예전에 최영 선수는 나이가 들어 포장마차에서 홀로 소주를 먹는 몰락한 늙은이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이 정도에서 끝난다면 몰락한 것이 아니지 않나?

▲ 하하하. 그렇다. 몰락하려면, 내가 생각한 다음 다음 스테이지까지 올라가야 한다. 거기서 떨어져야 몰락이다. 더 올라가야 몰락한 노인이 될 수 있다. 하하하.

- 혹시 한국에 올 계획은?

▲ 이번 달은 힘들고, 다음 달에 한국에 갈 예정이다. 챔피언이 됐으니 여러 지인들에게 인사를 드릴 것이다.

이교덕 기자 doc2ky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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