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연으로 링에 오른 사람들, 제1회 고양시장기 MMA대회

잡학왕 / 2015. 11. 12. 04:03

지난 9일, 경기도 고양시 원마운트 특설링에서 제1회 고양시장기 MMA 대회가 열렸다. 총 40경기에 80명이 참가한 이날 대회는 11월의 차가운 기운을 덮을 만큼 선수들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새내기 변호사 김지


2경기 플라이급 MMA 아마추어 시합에 나선 김지호(30·울프팩)는 내년에 법무법인에서 일하게 된 새내기 변호사다. 학창 시절부터 왜소한 몸이었던 김 씨는 운동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대학졸업 후 사법고시를 준비하면서 부족한 체력을 채우고자 종합격투기(MMA) 체육관을 찾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아마추어 MMA 무대에 올랐다. 


경기 결과는 김 씨의 승리. 김 씨는 상대를 맞이하여 2라운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그의 이번 경기는 처음이자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법무법인에 들어가 변호사로 활동하게 되면 지금처럼 운동하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 그래도 여전히 그는 MMA라는 운동을 놓지 않겠다고 말한다. "링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겠습니다만, 체육관에는 꾸준히 나가서 운동을 할 생각입니다. 생활 체육으로서 가볍게 격투기를 즐길 생각입니다."


최고령 출전자 이상덕

이날 최고령 출전자였던 이상덕(57·익스트림 피트니스)씨는 기구한 사연을 갖고 있었다. 사업 실패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가진 이 씨. 힘든 시절을 겪으며 방황하는 와중에 마음을 잡고자 체육관을 찾았다고 한다. 50대라는 늦은 나이에 격투기를 시작하기란 쉽지 않았으나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생각에 열심히 운동했고 지금은 격투기 수련 3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경기는 이 씨의 승리. 1라운드 상대의 부상으로 경기를 진행할 수 없게 되어 이 씨가 승리를 챙겼다. 완전연소한 시합은 아니었으나 링에 올라 승리를 거두었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기뻐했던 그 였다. 이 씨는 현재 운동을 시작하며 건강해진 정신으로 다시금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격투기를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정신도 몸도 건강해졌지요. 이젠 가족과 함께 살고자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운동은 60이 넘어서까지도 할 생각입니다. 꿈이 있다면 프로 무대에 서는 겁니다. 승패를 떠나 무대에 올라 열심히 싸워서 힘들고 지친 대한민국 중년 남성들에게 힘을 주고 싶습니다.”


의사 인턴을 앞둔 고지윤


20경기 MMA 세미프로 페더급에 나선 고지윤(28·러쉬클랜)씨는 의사 인턴과정을 앞둔 학생이다. 대학입학후 우연히 구청에서 진행된 레슬링 수업을 듣고 격투기에 흥미를 느낀 고 씨는 격투기와의 사랑에 빠졌다. 그는 레슬링뿐만 아니라 주짓수, 복싱 등을 섭렵하기 시작했고 체육관에선 사범생활을 할 정도로 격투기에 몰입했다. 이후 고 씨는 아마추어 MMA 대회에도 출전했고, MMA 단체 TOP FC에선 배심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처음으로 오픈핑거 글러브를 착용하고 치른 경기, 고 씨는 2라운드 판정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그는 몇 차례의 테이크 다운을 성공 시키며 포인트를 얻었고 이를 수성한 끝에 트로피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의사 인턴 과정에 들어서는 고 씨는 당분간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접어야 한다. 물론 인턴을 마치고 여유가 된다면 다시금 운동은 시작할 생각이다. "어떤 분께 들은 이야기 입니다만 링 위에선 학력, 경력, 나이를 따지지 않고 체력만 좋으면 대등한 조건에서 승부를 한다고 하더군요. 어떤 배경에도 상관없이 누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인데요, 이것이야말로 격투기의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 기회가 닫는 한 꾸준히 운동도 하고 다시 링에 오를 생각입니다. 1라운드 KO패가 되더라도 공격적인 경기를 펼쳐보고 싶네요."


프로MMA 선수를 꿈꾸는 폴 톰슨


23경기 MMA 세미프로 웰터급 무대에 오른 폴 톰슨(34·코리안탑팀)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폴은 한국인 혼혈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방수로 근무했다. 운동을 좋아했던 폴은 같이 일했던 동료를 통해 주짓수를 배우면서 MMA 매력에 푹 빠졌다. 어머니를 만나러 한국에 잠시 들렸던 폴은, 짧은 시간이나마 운동을 하고자 체육관을 수소문한 끝에 코리안탑팀을 찾아가 운동을 하게 됐다.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계약된 근무를 마친 폴은 한국에 정착해 코리안탑팀에서 운동을 하며 프로 MMA 선수로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폴의 MMA 데뷔는 쉽지 않았다. 한국에 오기 전 운동을 하다가 다친 오른쪽 어깨를 수술했고 1년 6개월가량을 치료와 재활의 시간으로 보내야 했다. 어깨가 회복된 폴은 지난 3월 아마추어 MMA 대회에 출전, 승리를 거두었으나 또다시 어깨를 다쳐 6개월간의 회복 기간을 거쳐야만 했다. 부상으로 인해 선수로서는 활동할 수 없었으나 선수들의 모습을 담고자 하는 마음에 TOP FC 오피셜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고, ‘전사’라는 스포츠 의류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했다.

이날 대회는 폴이 오랫동안 꿈꿔 왔던 프로 MMA 선수로서 데뷔가 이뤄지는 날이었다. 폴의 프로 선수 데뷔전은 패배였다. 경기 내내 물러섬 없이 전진하며 타격을 이어갔던 폴이었으나 상대의 태클에 포인트를 빼앗긴 끝에 판정패하고 말았다. “나이가 있어 얼마나 더 운동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목사가 되기 위해 학교도 다니고 있어요. 목사가 되기 전까지 조건이 되는 한 열심히 운동할 생각입니다. 꼭 프로 MMA 선수로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고양시 생활체육 MMA 연합회 임재석 사무국


올해 1회째를 맞는 고양시장기 MMA 대회는 고양시 생활체육 MMA 연합회가 주최하는 MMA 대회로 1세대 MMA 선수로 스피릿MC 챔피언을 지낸 임재석(36·익스트림컴뱃)이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50대 넘는 중년까지 MMA를 수련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대회로 크게 아마추어와 세미프로 경기로 나뉜다. 세미프로의 경우에는 선수 지원금도 지급된다.

임재석 사무국장은 “고양시 생활체육 MMA 연합회의 대회는 프로, 흥행을 위함이 아닌 일반인은 MMA 무대를 경험하고 프로 MMA 목적으로 하는 선수들은 자신의 전적을 쌓을 수 있는 폭넓은 대회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고양시 생활체육 MMA 연합회는 지난 2014년 4월 ‘제1회 권율 장군배 고양시 생활체육 이종격투기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에는 ‘제1회 고양시장기 MMA 대회’를 개최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2016년부터 연간 3차례의 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정성욱 기자 mr.sungc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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