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죽이겠다"는 권아솔과 이광희,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사용자 / 2015. 5. 17. 13:54



그들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8년 동안 쌓아둔 지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경기를 마친 후의 일이다. 지난 20일, 8년 만에 계체에서 다시 만난 '1986년생 동갑내기 숙적' 권아솔(28, 팀원)과 이광희(28, 화정익스트림컴뱃)는 악수나 포옹을 나누는 대신 살벌한 신경전을 펼쳤다.


친구 사이면 할 수 없는 감정싸움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눈을 쏘아보며 접근하더니 이마를 맞대고 힘싸움을 했다. 권아솔이 이광희의 목을 밀치자 분위기가 과열됐고, 이광희는 이에 질세라 다시 권아솔에 다가가 이마를 맞대고 대치했다.


권아솔은 "이광희가 먼저 도발하더라. 나도 모르게 화가 나 이광희를 밀쳤다"며 "이전 경기에선 내가 죽는다는 심정으로 케이지에 올랐는데, 이번엔 이광희를 죽이겠다는 생각뿐"이라고 씩씩거렸다.


이광희는 "8년 전 두 번의 패배를 기억하라는 뜻에서 도발을 걸었다. 그런데 권아솔의 눈빛이 흔들리더라. '얘가 많이 떨고 있구나' 생각했다"며 "권아솔이 내 목을 밀쳤다. 그 대가는 케이지 안에서 치르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 21세던 2007년, 두 선수는 스피릿MC 무대에서 두 번 격돌했다. 여기서 이광희가 모두 KO로 승리했다. 2007년 3월 '스피릿MC 인터리그5'에선 오른손 페이크에 이은 왼손 카운트 훅으로 1라운드 KO승을, 5개월 뒤인 8월 '스피릿MC 12'에선 보디블로로 권아솔을 주저앉혀 연장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그래서 이번 3차전에 앞서 자주 언급된 단어가 '트라우마'다. 8년의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두 번이나 패배를 안긴 이광희에 권아솔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광희는 "1%의 가능성도 이광희에게 주지 않겠다. 혹시 모를 트라우마를 걷어내기 위해 경기 전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권아솔의 발언에 진심이 녹아있다고 본다. 이광희는 "그런 말을 왜 굳이 했던 걸까. 혼자 조용히 심리치료 받으면 그만일 텐데. 진짜로 쫓기고 있는 거다. 실제 마음이 흔들리니까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솔이는 자기가 불안해하는 걸 알고 있다. 그게 입으로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권아솔은 8년이나 지났고 이광희는 그때에 갇혀있다고 반격한다. "이광희가 바뀐 게 있나. 흥분하면서 들어오는 거, 다 그대로"라고 쏘아대더니 "물론 전체적인 실력은 조금 늘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가정하고 훈련에 임했다. 하지만 뻔하다. 갑자기 아웃복싱을 한다고 해도 내가 당할 것 같은가. 레슬링 압박 카드를 들고 나온다고 해도 내가 넘어질 것도 아니다"고 받아쳤다.


실제로 2차전 이후 이광희가 10전도 못 채웠을 때, 권아솔은 해외단체 등 닥치는 대로 출전해 현재는 30전에 가까운 경험을 쌓았다. 평소 체중은 87kg으로 근력도 강해져 힘으로도 이광희를 누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경기는 권아솔의 원거리 잽과 스트레이트, 이광희의 근거리 훅과 어퍼컷의 대결로 압축된다. 리치가 긴 권아솔이 거리를 두고 포인트를 쌓아갈 때, 이광희가 얼마나 데미지 없이 좁혀 들어가 타격을 주느냐가 관건.


이광희는 "권아솔은 잽이나 스트레이트 등 직선 공격이 좋다. 리치를 잘 살리는 편이다. 그런데 그 펀치로는 날 KO시키지 못한다. 날 쓰러뜨리기엔 너무 약하다"고 했고, 권아솔은 이에 질세라 "요즘 내 펀치에 안 맞아봐서 그렇다. 타격이면 타격, 레슬링이면 레슬링. 내가 밀릴 게 없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승리에 대한 확신이 강하게 든다"고 카운터를 날렸다.


변수는 두 선수의 레슬링 실력이다. 테이크다운을 누가 시도하고 성공시키느냐에 따라 팽팽하던 기세가 한쪽으로 기울 수 있다. 권아솔의 세컨드 박창세 팀원 감독, 이광희 세컨드 김득모 레슬링 코치 모두 레슬링 싸움은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말한다.


이광희가 승리하면 상대전적 3전 3승으로 상성 상 확실한 우위에 있다는 것을, 권아솔이 승리하면 8년 동안 실력과 위치가 뒤바뀌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래서 살 떨리는 외나무다리 승부다.


권아솔은 이광희가 "이번 경기 후엔 아솔이와 술자리를 갖고 싶다"고 하자 "난 상관없다. 언제든 가능하다"고 했고, 이광희는 "경기가 끝나고 권아솔에게 술자리를 제안할 것이다. 이기든 지든 내가 먼저 전화하겠다"고 말했다.


서로를 죽이겠다는 둘은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가는 이 승부가 끝난 후, 과연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명승부를 예약하고 있는 이 대결은 2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로드FC 22 메인이벤트에서 펼쳐진다. 케이블채널 슈퍼액션에서 저녁 8시부터 생중계된다.


이교덕 기자 doc2ky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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