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A 영화 '백스테이지' 이재호 감독, "백스테이지 선수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잡학왕 / 2016. 5. 20. 14:13

[랭크5=정성욱 기자] 종합격투기(MMA)가 한국에 들어온지 10년이 넘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현재 국내엔 두 개의 MMA 단체가 활동하고 있고, 10명에 가까운 한국 선수들이 UFC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 MMA는 1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며 조금씩 발전해왔으나 아직까진 소수가 즐기는 매니아 스포츠다.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MMA와 MMA 선수를 소재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 ‘백스테이지’가 바로 그것. '백스테이지'는 선수들과 관계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선수 대기실을 뜻하는 말로, 이 제목에는 여러 가지 뜻이 함축되어 있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MMA를 소재로 만든 영화 ‘백스테이지’에선 MMA 선수들의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까? 영화를 연출한 이재호 감독을 만나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자신의 소개를 부탁한다.

▲ 안녕하세요. 영화 ‘백스테이지’를 연출한 감독 이재호입니다.


- 영화 ‘백스테이지가’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코리아시네마스케이프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고 레드 카펫을 밟았다. MMA 선수들이 배우로서 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매우 뜻 깊은 순간이었다.


**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 두 편 이상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들의 신작들과 경쟁 섹션에 다 수용할 수는 없었지만 주목할 만한 완성도와 주제의식을 갖춘 신인감독들의 영화를 선정하여 소개하는 부문. (http://www.jiff.or.kr/program/02_movies.asp?sec01=142&sec02=335)


전주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선 김장용 선수, 이재호 감독, 양동이 선수, 황교평 선수


- 첫 상영회를 GV(감독과 관객들간의 대화)로 진행했다고 알고 있는데,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재미있게 봤다는 의견이 많았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느낌의 영화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고. MMA 선수들이 어떤 마음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여줬던 것이 관객들에겐 만족감을 드린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 영화 ‘백스테이지’,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원래 MMA와 관련된 일을 했나?

 2006년, 그러니까 20대 초반에 취미 생활로 MMA를 배우려고 체육관에 갔다. 그러면서 MMA 선수들과 자주 만날 기회가 많았고, 그들과 함께 하다보니 금방 친해졌다. MMA 선수들의 생활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기회도 많았다. 그러면서 MMA 선수들의 리얼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기획하게 됐다.


- MMA 선수들에 대한 모습 가운데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키고 싶었는지?

 화려해 보이는 이면에 존재하는 선수들의 일상 생활과 함께 그들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선수는 결과로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숨은 이야기들에 대해선 MMA를 보는 대부분의 분들께서 잘 모른다. 선수들이 얼마나 간절한 마음을 갖고 준비해서 무대에 오르는지, 경기에선 볼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하여 알리고 싶었다.


- 제목이 백스테이지다. 백스테이지라는 제목이 중의적인 의미라고 생각하는데.

 영화 제목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다. 제목을 ‘백스테이지’로 정하게 된 이유는 백스테이지라는 공간의 특수성과 폐쇄성, 그리고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선수들의 이야기도 백스테이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여러 가지를 함축하는 의미로 ‘백스테이지’라는 제목을 정하게 됐다. 


- 영화에는 각자 독특한 캐릭터와 사연을 가진 동갑내기 선수들(강범찬, 김장용, 양동이, 임현규)이 주연으로 출연한다. 의도한 부분이 있는지? 

 물론이다. 이 선수 4명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MMA 선수들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포괄하여 담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명의 캐릭터도 다르고 그들 각각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MMA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영화를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감량 기간이나 경기를 앞둔 순간에 트러블이 있었다. 선수들이 감량할 때는 매우 민감하다. 아무리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해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딪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이 영화 촬영 기간이 2년 3개월이 걸렸다. 만약 선수들의 민감한 상황 때문에 촬영을 하지 못한다면 이 영화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조금 미움을 샀지만 꿋꿋하게 찍었다. 나중에 그 상황이 지나고 나서는 선수들이 오히려 미안해했다. 선수들 모두 뒤끝은 없는 사람들이어서 금방 풀어졌다. 


-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백스테이지’를 담아내야 하는데 민감한 부분을 잡아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지 않나.

 그렇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나는 애초에 선수들이 모두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모두 승리하는 성공기를 그리려고 했다. 근데 선수들이 모두 패배하는 바람에 ‘새드코드’가 되어서....


이재호 감독


-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선수들이 패배를 해서 좀 더 극적인 느낌이 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스포일러일지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김장용 선수가 경기 전날 글을 읽는 장면은 가슴이 정말 찡했다.

 그렇다. 우리 영화의 핵심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 그래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당시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어떤 여성관객은 울었다고도 했다. 이 영화가 MMA라는 종목을 다룬 영화이지만 MMA를 모르는 관객들에게도 선수들의 간절함이나 감정들이 고스란히 와 닿았나보다. 정말 기분 좋았다.


- 영화를 촬영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없었나?

 그냥 그 사람들 자체가 에피소드다. 선수들이 각자 캐릭터가 강하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은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는 형들이다.


- 주인공 네 명의 파이터 가운데 영화를 촬영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가 있었다면?

 인상적인 선수라면 단연코 김장용 선수라고 할 수 있다. 김장용 선수와는 두 번째 작품을 했는데, 그에겐 독특한 텔런트가 있다. 그 스스로는 자신이 무엇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른다. 내가 항상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 내가 영화를 그만두지 않는 한 내 작품에는 김장용 선수가 함께 할 것이다.


- 이건 번외적인 질문이지만 혹시 김장용 선수가 아닌 김장용 배우를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인가?

 확실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지금 작은 작품이지만 주연에 이름을 올렸고,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레드 카펫에 오른 사람이니 다른 격투기 선수들 보다는 배우에 근접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김장용 선수와 만난 자리에서 배우의 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이야기 했다. 김장용 선수도 진지하게 임해보겠다고 이야길 했다. 아마 올해부터는 단역 파트부터 시작해서 여러 작품을 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엑스트라와 단역은 다르다. 엑스트라는 배경이라고 한다면 단역은 어찌됐던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을 단역이라고 한다. 단역부터 시작을 할 것이고 다양한 작품에서 김장용 선수의 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 영화를 보면서 김장용 선수를 보게 된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

 기자님에겐 (출연 전에)미리 말씀을 드리겠다.(웃음) 김장용 선수는 대사가 없어도 스스로 장면을 주목하게 하는 묘함이 있기 때문에, 아 신스틸러라고 하면 맞겠다.


- 29초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 ‘대한민국에서 험한 인상으로 산다는 것’, 나도 봤다. 짧은 작품이지만 보고 정말 많이 웃었다. 

 아, 그러고보니 김장용 선수와는 영화제 초청이 두 번째다. 29초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그때 840팀 가운데 3등을 했다. 그러고보니 29초 영화에 출연한 선수들이 ‘백스테이지’에도 모두 출연한다. 


29초 영화제 우수상 수상작 - '대한민국에서 험한 인상으로 살아간다는 것'


- 다시 ‘백스테이지’ 이야기로 돌아가자. 영화를 촬영하면서 힘든 부분은 없었나? 독립영화 특성상 자금 부분도 힘들었을 것이고. 

 금전적인 부분이 힘들었다. 멘탈적인 부분도 힘들었고. 원래 생각했던 그림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경기 결과도 그렇고. 그래서 연출 방향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결과적으로는 잘 되었지만. 


이런 부분도 있었다. ‘혹시 나 때문에 진 것은 아닌가?’하는. 내가 촬영하기 전까진 승승장구하던 선수들의 경기 결과가 좋지 않으니. 처음에는 우연인가 했는데 계속 촬영 기간에 형들도 그렇고 동생들도 그렇고 자꾸 지니까 진짜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서 더욱 악착같이 영화를 촬영하고 만들었다. 


다큐라는 제작 특성상 지치기도 했다. 선수들이 지는 부분에서 마음적으로도 힘들고. 영화제작기간 내내 촬영하면서 돈을 구하러 다녔다. 계속. 투자도 받아야 하고. 있는돈 없는돈 다 끌어서 영화를 만들어야 했다. 바램이 있다면 팬들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MMA를 소재로 만든 한국 첫 영화이니 MMA를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 영화 백스테이지, 어떤 분들이 봐주었으면 좋겠나. 물론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지만 이런 분들은 꼭 봤으면 좋겠다는 분들이 있다면?

 MMA를 좋아하고 즐겨보는 팬도 좋고 MMA를 모르는 분들도 봐주셨으면 한다. 이 영화를 통해 MMA를 모르는 분들이 MMA 선수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비판도 좋고 칭찬도 좋고 많은 분들이 보시고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다. 


- 영화 백스테이지, 어떻게 만날 수 있나?

 현재 배급사 컨텍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배급사가 컨텍이 되면 개봉이 될 것이다. 그때 많은 분들께서 오셔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 독립영화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봐야 성공이라고 할 수 있나?

 손익분기라면 10만이 영화를 보면 된다. 보통 독립다큐 영화는 10만정도 이상이면 성공했다고 이야기한다. 


- 만약 10만의 관객을 기록하면, 특별한 이벤트를 할 의향도 있는지?

 영화를 많이 응원하고 도와주시면 여러 가지 부분에서 팬들에게 돌려드릴 부분이 있을 것이다. 선수들과의 만남이라던가 못 다한 이야기에 대한 영상이라던가. 여러가지 하고 싶은 것은 많다.


- 극장에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 것이 참으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를 몇 번 더 보도록 하겠다.(웃음) 

 그렇다.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성원을 보내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고.


- 앞으로도 격투기와 관련된 영화를 촬영할 생각이 있는지? 

 전주국제영화제 토크클래스에서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내 인생에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물론 극영화로 격투신이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다큐영화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다. 


-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었던 것 같다

 힘들었다. 백스테이지를 마무리하고 차기작으로 생각하는 것이 스포츠 극영화나 느와르 장르의 영화를 만드려고 생각한다. 김장용 선수와 혹은 다른 선수들과 함께 영화로 찾아뵙겠다.(웃음)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

 영화 ‘백스테이지’ 개봉되면 많이 오셔서 관람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MMA 선수들도 많이 응원해주시고요. 언제나 힘이 되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드립니다. 


정성욱 기자 mr.sungc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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