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2016.12.27 13:21

지난 7일 IOC는 무에타이를 인정종목으로 잠정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랭크5=정성욱 기자] 격투기 종목 무에타이를 머지않아 올림픽에서 볼 수 있을까.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이하 한국 시각)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가 국제치어리딩연맹(ICU)과 국제무에타이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Muaythai Amateur, 이하 IFMA)을 인정 종목 단체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IOC 인정 종목, 무에타이 올림픽 입성 첫걸음


무에타이는 올해 초 IOC에 인정 종목 신청서를 제출했다. 동시에 신청한 종목은 14개.


인정 종목 지정은 올림픽으로 정식 입성하기 위한 첫 단계다. 인정 종목 협회는 3년 동안 연 2만 5,000달러의 IOC 기금 지원을 받고 IOC가 운영하는 디지털 올림픽 채널과 각종 개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3년간 활동을 마치면 IOC 집행위원회는 정식 종목으로 최종 승인할지 권고할 수 있으며 최종 판단은 IOC 총회가 한다. 


국제무에타이연맹(IFMA)의 앰블럼


올림픽 입성을 위한 IFMA의 노력


IOC에 입성한 무에타이를 대표하는 국제 단체(IF)인 IFMA는 1993년에 설립됐다. 당시 말레이시아, 필리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대한민국 등이 가입된 아시아무에타이협회가 기반이 됐다. 1995년 제18회 동남아시아경기대회를 시작으로 첫 국제 경기를 치렀다. 1998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무에타이를 시범 종목으로 넣는 데 성공했다. 방콕 아시안게임에는 대한무에타이협회 선수들이 출전해 총 6개의 메달(금1, 은2, 동3)을 획득했다. 


1998년 방콕 아시안 게임 무에타이 금메달을 획득한 오주환(원주 청학 무에타이) ⓒ 대한무에타이협회


2000년대에 들어 IFMA는 올림픽에 입성하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했다. 먼저 각종 국제 대회에 무에타이를 정식 종목으로 넣는 데 힘을 쏟았다. 2005년 동남아시아경기대회 정식 종목 채택, 같은 해 처음 개최된 실내무도아시안게임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2009년 인천에서 열린 제4회 실내무도아시안게임에선 한국이 3개 메달(금1, 동2)을 획득하기도 했다.


IFMA가 IOC 인정종목협회로 진입하게 된 계기는 지난 4월 IOC와 AIMS(독립종목연맹연합, Alliance of Independent Recognized Members of Sport, 이하 AIMS)가 양해 각서(MOU)를 체결하면서다. 스포츠 어코드에 속해 있던 4개 종목 단체 가운데 하나인 AIMS는 MOU 체결로 IOC와 직접 연결 됐다. 이는 무에타이를 포함한 AIMS에 속해 있는 23개의 스포츠 단체(IFMA도 포함)가 올림픽 인정 단체 신청 요건을 갖춘 종목이 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무에타이 IOC 입성에 큰 힘은 쏟은 인물로 스테판 폭스(53)를 꼽는다. 독일인인 스테판 폭스는 1980년부터 1995년까지 15년간 무에타이 선수로 활약했으며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선수에서 은퇴한 이후에는 IFMA 사무총장, WMC(World Muaythai Council, 세계무에타이협회) 부회장에 올라 무에타이를 세계에 알리고 보급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스테판 폭스 AIMS 회장(왼쪽)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AIMS


현재 폭스는 IFMA 사무총장, WMC 부회장 이외에도 AIMS의 회장, 스포츠 어코드(SportAccord)의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스포츠계의 마당발인 그가 무에타이 IOC 입성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받는다.


대한무에타이협회의 과제와 계획


IFMA가 IOC 인정 종목 협회가 되면서 대한무에타이협회 소속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에 설 가능성이 생겼다. 대한무에타이협회는 국내 선발전을 통해 세계 무대에 선수들을 꾸준히 출전시켜왔으며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 인천 실내무도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여러 차례 입상하며 좋은 성적을 거둬 왔다.



한무에타이협회 앰블럼


현재 대한무에타이협회는 대한체육회 결격 단체로 지정된 상태다. 지난 7월 26일 대한체육회는 2016년 회원 종목 단체 등급심의 결과 24개 결격단체를 발표했다. 그 가운데 무에타이는 시도 요건 불충족으로 결격 단체에 포함됐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결격 단체로 지정된 후 1년 안에 부족한 요건을 충족시켜 재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대한무에타이협회의 김대곤 총무 이사는 "대한체육회에서 시도 지부별 구성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결격 단체로 지정했다. 울산, 제주도 등 몇몇 지역이 미비했으나 지금은 구성의 거의 완료된 상태다. 조만간 재심사를 청구해서 단체 지위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이사는 대한무에타이협회의 청사진에 관해서도 말했다. 무에타이를 문화체육관광부 생활 체육 종목에 넣고 체육학과가 있는 각 대학에 무에타이 학과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생활체육과 대학체육 등에서 육성된 선수 가운데 실력 있는 선수는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 도, 군청, 그리고 실업에 속한 팀도 만들 계획이다.


정성욱 기자 mr.sungchong@gmail.com


Posted by 잡학왕
뉴스2016.12.27 11:35

전슬기


** 이 기사는 스포티비 이교덕 기자과 공동 취재한 것입니다.


[랭크5=정성욱 이교덕 기자]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 맥스 FC 대표 여자 선수 전슬기(24)가 이곳에서 열린 로드 FC 송년의 밤 행사에 나타났다. 전슬기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앞으로 로드 FC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적 선언이었다. 로드 FC와 계약 협상을 이미 끝낸 것처럼 보였다.


사실 확인을 위해 21일 새벽 1시 맥스 FC 관계자와 통화했다. 관계자는 전슬기가 맥스 FC와 아직 계약 해지된 상태가 아니라고 밝혔다. 맥스 FC에 따르면, 전슬기의 계약 기간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다. 계약 당시 전슬기는 종합격투기 전향에 관심이 컸다. 맥스 FC는 이를 배려해 '2017년' 종합격투기 단체와 계약을 원할 경우 적극 협조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았다고 했다.


전슬기는 맥스 FC와 사전 조율 없이 2017년이 되기 전에 움직였다. 새 소속 A 체육관의 B 관장과 로드 FC 이적을 추진했다. 그런데 로드 FC는 맥스 FC와 계약을 원만하게 마무리하지 않는 한, 전슬기와 계약할 수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로드 FC로선 당연한 요구였다. 전슬기만 중간에 붕 뜨게 됐다.


전슬기는 23일 자정 페이스북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저희 관장님과 맥스 FC 관계자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로드 FC로 이적하는 과정에 대해 맥스 FC 관계자분들께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맥스 FC와 계약할 때 약속한 내용과 달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답답하다. 난 언제가 되든 할 수만 있다면 로드 FC에 도전할 것이다"는 글을 남겼다.


체육관 이적은 큰 문제가 없었으나…


전슬기는 올해 종합격투기 선수를 키우는, 로드 FC에 가맹된 A 체육관을 몇 차례 찾았다. 친구가 A 체육관에 다니고 있었다. 여기서 A 체육관의 B 관장을 비롯해 여러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았다. 전슬기는 이들에게 종합격투기 전향 의사를 밝혔다.


B 관장은 전슬기에게 맥스 FC 계약 내용을 물었고 전슬기는 "시기와 상관없이 종합격투기로 전향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언제든 갈 수 있는 조건"이라고 답했다. 맥스 FC가 밝히는 "2017년부터 협조한다"는 조건과 달랐다.


19일 전슬기는 원래 소속인 C 체육관의 D 관장을 만나 입식타격기에서 종합격투기로 전향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D 관장에 따르면, 자신은 전슬기의 전향을 허락했고 내년 1월에 더 자세한 대화를 나누자고 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같은 날 밤 11시경, D 관장에게 B 관장이 전화했다. B 관장은 전슬기가 종합격투기를 배우기 위해 자신을 찾아왔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 통화에서 D 관장은 B 관장과 전슬기의 소속 팀 이적에 동의했다. 체육관 이적 과정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20일 전슬기가 로드 FC 송년의 밤에 간다는 사실을 알았던 D 관장은 행사 참석을 만류했다. D 관장에 따르면, 아직 맥스 FC와 관계를 고려해야 하니 천천히 움직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전슬기는 알겠다고 답변했지만 결국 행사장에 찾아갔다. 여기서 전슬기가 로드 FC 진출을 타진한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고, 맥스 FC는 소속 선수의 단독 행동에 어안이 벙벙했다.


삐걱거렸던 전슬기 FA 과정


맥스 FC는 전슬기가 페이스북에 "약속과 달라 답답하다"는 내용의 글을 남긴 지 1시간 후인 23일 새벽 1시 30분쯤 보도 자료를 냈다. "전슬기와 12월 23일부로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맥스 FC는 "2016년까지 전슬기는 맥스 FC 소속이다. B 관장은 맥스 FC의 동의 없이 전슬기를 로드 FC 송년의 밤 행사에 데려가 로드 FC와 계약에 대해 대화했다. 전슬기의 계약 위반 행위이자 로드 FC의 템퍼링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맥스 FC는 어떠한 법적 대응도 하지 않을 것이다. 선수와 대회사의 법적 분쟁은 결국 모두에게 상처가 된다"고 밝혔다.


로드 FC는 23일 아침 보도 자료에서 "전슬기와 사전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슬기가 종합격투기 전향 의사를 로드 FC 협회에 가입돼 있는 지인에게 전달했고, 이 뜻을 전하기 위해 인사 차 송년의 밤 행사를 찾아왔을 뿐이다. 행사장에선 로드 FC 관계자와 간단한 인사만 나눴다"고 설명했다.


과정이 원활하지 못했지만, 결국 맥스 FC는 전슬기와 계약을 해지했고 전슬기는 로드 FC와 계약이 가능한 자유 계약 신분이 됐다. 로드 FC로선 전슬기 영입에 절차상 문제가 없으니 잠재력이 보인다면 계약 가능하다. 로드 FC는 내년 여성 경기로만 채워진 '로드 FC 걸스 데이'라는 대회를 따로 연다. 우슈 선수 출신으로 맥스 FC에서 얼굴과 이름을 알린 전슬기가 충분히 활약할 수 있는 무대다.


전슬기는 24일 페이스북에서 "절 예뻐해 주시고 잘 이끌어 주신 D 관장님, 그리고 맥스 FC 관계자 분들 감사하다. 이번 일로 불편을 드린 점 정말 죄송하다. 다음 주에 연락 드리고 찾아뵙겠다. 더 열심히 훈련해서 멋진 종합격투기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계약서의 시대


해프닝이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맥스 FC와 따로 사전 조율하지 않고 로드 FC와 계약을 타진한 것은 기본적인 도의를 너무 쉽게 본 전슬기와 B 관장의 실수다. 맥스 FC는 "단 한 차례의 조정 신청이나 협상 절차 없이 일방적 통보만 남긴 채 선수가 타 단체로 이적하려는 상황에 직면하니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며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그 문제와 별개로, 계약 내용에 대해 '갑' 맥스 FC와 '을' 전슬기가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다는 게 이 해프닝의 더 중요한 문제였다.


이제 국내 격투기계도 계약서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경기에 출전하고 파이트머니를 배분하던 과거 분위기와 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계약 조건을 조율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은 갑과 을 모두 익숙지 않다. 계약서는 쓰되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여러 조항을 치밀하게 확인하는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형식에 그쳐서는 안 되는데 선수의 지도자가 대회사와 계약서를 주고받는 경우도 있고, 선수가 계약서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계약 협상에서 선수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계약서의 시대'에 들어온 국내 격투기계가 스스로 허물을 벗어야 하는 때다.


대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선수들 영입 경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선수들은 계약서에 사인하는 과정을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여러 조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계약 내용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대회사와 선수의 분쟁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Posted by 잡학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