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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17 부산 팀매드에서 '제3대 김동현'을 찾습니다
뉴스2015.05.17 14:28




우리나라 최초 UFC 파이터로 옥타곤에서만 10승을 차지했다. 강한 펀치력과 압도적인 그래플링 실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스턴건'과 '매미'라는 두 가지 별명을 얻었다. 지옥의 UFC 웰터급에서 탑10 안에 드는 상위 랭커다. 그와 스파링해본 국내 파이터들은 평생 느껴보지 못한 압박감을 경험했다며 혀를 내두른다. 지도자들은 실력뿐 아니라 인성까지 갖췄다고 칭찬한다.


'김동현(Dong Hyun Kim)' 석 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종합격투기계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이름이다.


그래서 같은 팀에서 훈련하는 같은 이름의 또 다른 김동현(27,부산팀매드)은 온전하게 '김동현'으로 불리는 게 힘들었다. 만 19세에 혜성처럼 등장해 2007년 '스피릿MC 인터리그5' -80kg급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부터 그의 프로필 이름은 '김동현'이 아닌 '김동현B'였다. UFC 김동현보다 7살이 어려 중국 영웅방, 일본 딥, 우리나라 로드FC 등을 거치며 11승 3무 6패의 전적을 쌓은 지금까지 팀 내에서 '작은 김동현'으로 불리고 있다. 팀매드 양성훈 감독은 줄여서 '짝똥(작동)'이라고 하는데, 기자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통한다.


월드클래스 선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달 30일 부산 팀매드 체육관에서 만난 김동현에게 '김동현B' 또는 '작은 김동현'으로 살아야 하는 삶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허허' 웃었다. 중저음의 부산 사투리로 "별 다른 느낌은 가지고 있지 않다. 같은 이름의 형이 우리팀에 와서 국내 최고의 선수가 되고 UFC에서도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았다. '나도 동현이 형처럼 잘 돼야지' 하고 늘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김동현'이란 이름에 관련된 큰 포부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UFC 김동현에 이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김동현이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김동현이라는 이름의 선수는 모두 강하다는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 동현이 형도 언젠가 은퇴할 것이다. 내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월드클래스의 '김동현'으로 활동하고 싶다. '제1대 김동현'에 이은 '제2대 김동현'이라고 불리면 좋겠다. 김동현이라는 이름이 계속 남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동현'을 '타이거 마스크'와 같은 브랜드로 키워보겠다는 생각.


종합격투기 파이터를 꿈꾸는 '제3대 김동현'을 지금 발굴해야 영화 '여고괴담'처럼 팀매드 안에 '김동현'이라는 이름이 계속 남지 않겠느냐고 하자, 김동현도 "맞다"면서 크게 웃었다.


'제2대 김동현'은 현재의 자신이 기량과 마인드 면에서 전성기에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오는 4월 5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TOP FC 6 언브레이커블 드림(Unbreakable Dream)' 라이트급 토너먼트 준결승전에서 제1대의 뒤를 이을 만한 실력임을 증명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낸다.


"군대에 다녀온 후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체급도 라이트급으로 내린 것이다. 근지구력이 좋아졌다는 걸 느낀다. 심폐지구력도 향상돼 팀에서 산악구보를 하면 항상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는 김동현은 "그 어느 때보다 노력을 많이 했다. 준비도 잘 돼있다. 자신 있다. 지더라도 괜찮다. 패배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 예전에는 지면 변명할 게 많았는데, 이번에 지면 변명할 게 없을 정도로 완벽히 준비가 됐다. 경기를 즐길 준비도 됐다"고 말했다.


준결승전 상대는 사쿠라이 마하 하야토 도장의 하라다 토시카츠(32,일본). 13승 2무 12패의 베테랑으로 송언식, 정두제 등 우리나라 파이터에게만 4승을 거둔 '코리안 킬러'다. 대회 2주 전, 미국 괌 PXC의 프랭크 카마초 대신 토너먼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동현은 "사실 카마초를 염두에 두고 전략준비를 많이 했다. 하라다의 스타일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겐 웬만한 선수들의 스타일에 맞춰서 경기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 맞아볼 만큼 맞아봤고, 때려볼 만큼 때려봤다. 처음엔 조금 간을 보기 위해 탐색전을 펼치지 않을까 한다. 구체적인 전략은 밝힐 수 없지만, 이길 자신이 있다"고 했다.


아직은 '제1대'보다 부족하다고 한다. 김동현은 "동현이 형과 같은 압박감은 다른 선수들에게선 절대 받을 수 없다. 실력 차를 많이 느낀다. 더군다나 내가 웰터급에서 라이트급으로 체급을 내리면서 평체에서부터 차이가 나니 해볼 도리가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그런데 동현이 형을 상대로 버티던 실력으로 다른 선수들과 상대하면 내가 우위를 점하더라. 그래서 어떤 경기에 나서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양성훈 감독은 "'짝똥'이 처음 왔을 땐 박치라고 생각해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다듬어져 지금은 월드클래스 레벨까지 왔다. 내 기준은 명확한데, '짝똥'은 그 기준을 넘어섰다. 이번 토너먼트에서 그 기량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팀매드는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이했다. 현재는 선수부만 50명이 넘는 거대한 팀으로 성장했다. 김동현을 비롯해 배명호, 강경호, 함서희, 조남진 등 국내외 강자들이 팀을 대표하고 있다. 아직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유망주도 많다. 양성훈 감독은 "사실 부산에 사는 파이터들의 비중은 높지 않다. 전국 각지, 심지어 중국에서도 우리 팀으로 합류하고 있다. 각 분야 챔피언 출신들이 곧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니 기대해 달라"고 한다. 


상상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제1대에 이은 제2대의 활약에, 제3대가 될 김동현이라는 이름의 어린 재목이 팀매드의 문을 노크할 날이 올지 모른다.


이교덕 기자 doc2kyo@gmail.com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