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FC 고릴라' 전어진, 등에 은백색 털이 날 때까지…

비회원 / 2015. 5. 17. 13:29




긴 팔에 울퉁불퉁 근육으로 뒤덮인 몸. 로드FC 미들급 파이터 전어진(21, 일산팀맥스)은 털만 났다면(?) 영락없는 '고릴라'다.


그런데 신장이 174cm로 미들급치곤 작다. 로드FC에서 맞선 3명의 상대 윤재웅, 안상일, 김대성 모두 그보다 컸다. 웰터급으로 간다면 경쟁력이 더 붙을 것 같은데, 전어진은 "예전부터 큰 상대와 싸우는 게 편했다"며 미들급을 고집한다.


오는 21일 '로드FC 022' 메인카드 3경기에서 맞붙는 '흑곰' 박정교(36, 검단정심관)도 183cm로 전어진보다 약 10cm가 크다. 언제나 그랬듯, 전어진은 승리를 위해 상대의 거리를 깨고 들어가야 한다.


전어진이 큰 상대와 대결에 자신감을 갖는 건 15년 동안 연마해온 자신의 타격을 믿기 때문이다. 주먹 지르는 법을 처음 배운 것이 2000년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시작은 살을 빼기 위해서였다. 그는 "비만아였다. 청년시절 복싱을 배운 아버지에 이끌려 복싱체육관을 다녔다"고 밝혔다. 


친구들이 태권도복을 입을 때, 손에 복싱 글러브를 낀 전어진은 곧 타격에 재미를 붙였다. 재능을 발견하기도 했다. 중학교 때 경기도 신인선수권 1위, 전국소년체전 3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타격감을 자랑했다. 진로가 꽤 일찍 결정된 셈이었다.


종합격투기는 2009년 고1 때 시작했다. 중3 때 무에타이를 1년 동안 수련하며 발차기에 익숙해졌지만, 종합격투기는 또 다른 영역이었다. "프라이드 마니아였다. 당연히 종합격투기를 배워야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 출신이라고 밝히고 지금의 소속팀인 팀맥스 선수부 스파링데이에 처음 찾아갔다. 당시 상대가 현 로드FC 플라이급 잠정챔피언 송민종이었다. 레슬링이 안 되니 휙휙 날라 다녔다. 딱지치기를 당해서 화도 났다"며 웃은 전어진은 "그런데 배우면 배울수록 재밌더라. 복싱이나 무에타이와 타격리듬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프로 데뷔전을 치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는 고2였던 2010년 7월 일본 ZST로 건너가 당시 6승 2무의 강자 스즈키 노부타츠(37)와 만났다. 스즈키는 재작년 ONE FC에서 브록 라슨과 필 바로니를 꺾었고, 지난해 8월 벤 아스크렌과 웰터급 타이틀전까지 치른 강자다. 사실상 고등학생이 넘지 못할 벽이었다.


전어진은 "경력 차가 컸다. 미들급 경기였는데 평소 체중 81kg 그대로 링에 올랐다. 고미 타카노리의 타격 스승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더 위축됐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이 울리자마자 준비한 무기를 쏟아 부었다"고 했다. 그러나 실력 차이가 현격하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내가 들어갈 길을 다 알더라. 필살의 공격이라고 준비한 것이 다 막혔다. 그리고 1분 뒤 패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의 데뷔전 결과는 '1라운드 2분 16초 니킥KO패'였다.


치명적인 부상도 일찍 찾아왔다. 무릎 부상으로 두 번의 수술을 받으면서 경기를 뛰지 못한 전어진은 기술훈련이 쉽지 않으니 힘을 기르자는 생각에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그 결과 몸이 점점 커졌고, 이때 전어진을 상징하는 '고릴라' 근육을 갖게 됐다.


오랜 숙성을 거치고 들어선 로드FC 무대에서 전어진은 폭발력을 과시했다. 2013년 10월 로드FC 013에서 윤재웅을 1라운드 21초 KO로 꺾고 프로 첫승을 거뒀다. 2014년 1월 로드FC 코리아1에서 안상일에게 치열한 타격전 끝에 3라운드 니킥TKO패했지만, 11월 로드FC 019에서 김대성을 2라운드 리어네이키드초크로 잡아 만만치 않은 전력임을 입증했다.


전어진은 어린 나이지만, 여러 경험을 통해 차분히 성장하고 있다. "안상일 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쉬움이 컸다.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체력 분배에서 실수를 했다. 체력을 나눠서 썼어야 했는데, 무작정 덤볐다"면서 "흥분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김대성 전에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가자고 생각했고, 결국 승리를 차지했다. 패배와 승리를 통해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만 21살에 운동경력 15년차. 데뷔도, 부상도, 패배도 일찍 경험했다. 일종의 격투기 영재코스를 밟고 있는 그는 이 길을 꽤 진지하게 생각한다. 앞으로의 15년도 바라보고 있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데, 미들급을 고집하는 것도 '대장 고릴라'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추후 체급전향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조건에서 테스트를 받고 싶다. 한계가 느껴질 때쯤 웰터급으로 내려갈 생각이다. 그전까지는 마음껏 도전하고 싶다. 후쿠다 리키와도 싸우고 싶다"고 말했다.


확실히 비상하기 위해 군대도 곧 다녀올 생각이다. 전어진은 "입대하기 전까지 미들급에서 1년 정도 더 활동할 생각이다. 올해가 군대 가기 전 마지막 해일 수 있다"고 밝혔다.


20대 중반,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는 시기가 온다. 전어진의 계산대로면 전역 후 '실버백'이 될 수 있다. 고릴라 중에서 14살 조음이 된 수컷의 등에는 은백색의 털이 나기 시작한다. 강력한 힘을 지닌 어른 수컷 고릴라를 '실버백'이라고 부른다.


등에 은백색 털이 뒤덮이기 전, 그의 목표는 경기를 즐기며 도전하고 성장하는 것. 또한 팬들의 머릿속에 '전어진의 경기는 무조건 재미있다'는 인식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박정교 전에서 많은 걸 보여주고 싶다. "흥분하지 않고 타격에 강한 박정교와 부딪치겠다. 아직 어리니까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 재미있는 경기를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이교덕 기자 doc2ky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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