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백스테이지 인터뷰] 체급, 무제한급 우승 정호원, "지금은 이걸로 끝이라 말하고 싶지만..."

잡학왕 / 2016. 8. 28. 01:55

2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섬유센터에서 스파이더 인비테이셔널 BJJ 챔피언십 파이널이 개최되었다. 이날 대회는 76kg 이하급과 76kg 이상급으로 나뉘어 각각 4강전이 치러졌다. 76kg 이하급은 채완기(존프랭클/비스트짐)가, 76kg 이상급은 정호원(존프랭클 평택)이 각각 체급에서 우승을 거뒀다. 체급 우승자가 겨루는 무제한급 경기는 채완기의 부상으로 정호원이 우승을 거두었다.


이하 내용은 경기후 가진 백 스테이지 인터뷰


(좌측부터) 채완기, 정호원


▲ 체급과 무제한급에서 모두 우승한 것을 축하한다. 이번 경기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다. 

정호원 -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너무 기분이 좋다. 그저 좋은 것만 생각 난다.


 아까 우승자를 호명 할 때 매트 주위를 한 바퀴 돌더라. 그때 누군가를 안아 주던데.

정 - 아내다. 내가 항상 시합하고 운동 하는 것 때문에 제대로 챙겨주지 못 하는데 항상 뒷바라지만 해주고...오늘 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덕분이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여러모로 힘든 점이 있었지만 아내를 위해 싸운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왔다.


 체급 우승 축하한다. 이번 경기에 대한 소감이 듣고 싶다.

채완기 - 잘 마무리 한 것 같아 좋다. 다만 부상이 있어서 무제한급 경기를 치르지 못해 아쉽긴  하다. 그래도 (정)호원이 형님께서 우승을 해서 만족한다. 만약 다른 사람이 올라왔다면 이 악물고 했을 것이다.


정 - (채)완기가 원래 부터 허리가 좋지 않다. 통증이 있었다고 해도 내가 아닌 다른 선수였으면 투지로 싸웠을 텐데 나와 싸우게 되어 양보를 했다. 


 허리 통증은 이번 경기에서 얻은 것인가?

채 - 아니다. 경기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뭐랄까. 고집이라고 할까? 경기에는 꼭 나오고 싶었다.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많았지만 좋은 결과가 나와 이 자리까지 오게 되서 좋다.


정 - 완기와 해외 시합을 자주 다닌다. 시합을 할 때는 괜찮지만 시합을 마치면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통증이 온다. 오늘도 그런 것 같다.


 올해 2월, 일본에서 열린 아부다비 예선에서 두 선수가 함께 출전해, 그때는 정호원 선수가 양보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정 - 나는 이미 아부다비를 두 번 다녀왔고 완기는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보다 완기가 실력, 체급 등에서 입상하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양보 했다.


 오늘 경기 하면서 까다로웠던 선수들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 이유는?

정 - 이대웅 선수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체력을 아끼면서 이기려고 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아서 고전을 했다. 다행이 마지막에 파이팅을 해서 경기를 뒤집긴 했지만. 내 스타일이 쉬면서 하는 스타일이다. 해외 대회에 동생들과 함께 출전해서 경기하면 스타일 때문에 동생들에게 많이 혼난다. 좀 움직이라고. 오늘도 동생들이 여러모로 응원도 해주고 성원도 많이 보내줬다. 그들의 목소리도 나의 우승에 한 몫 했다. 


 경기전 이대웅 선수와 인터뷰를 했다. 경기 내내 정호원 선수에게 지속적인 압박을 들어간다고 이야기 한 바 있는데.

정 -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내 스타일로 맞싸워서 압박 당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짜피 작전이라는 것은 실력차이 앞에선 안된다. 



 채완기 선수도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까다로웠던 선수들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 이유는?

채 - 나는 첫 경기, 장인성 선수와의 경기가 가장 까다로웠다. 처음부터 잘 안풀려서 그런지 내가 생각했던 경기가 흘러가지 않았다. 원래 내 습관이 점수를 체크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다. 이 부분이 어떻게 보면 단점이 되기도 한다. 점수를 봤을때 내가 지고 있으면 머리속이 엉킨다. 오늘도 점수를 확인하니 내가 받아야할 점수를 못 받았고 거기서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첫 경기에서 내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아쉬웠다. 그래도 두 번째 경기 부터는 긴장도 풀리고 해서 침착하게 경기를 진행 할 수 있었다.


 준결승전인 장인성 선수와의 경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풀린 것 같다. 왜 안풀렸다고 생각하는가? 채완기 선수의 특기인 베림보로도 잘 안들어간 것 같고.

채 - 내가 점수가 잘 안 올라갔을 때부터 생각이 경직됐다. '왜 점수가 올라가지 않았지'라는 생각만 머리에 맴돌았다. 기술적으로 다양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인데 그 시점부터는 머리에 혼란이 왔다.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사전 예상에선 정호원 선수는 탑독-우승후보였다. 그리고 상대도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결과대로 마크 부조빅 선수가 올라왔다. 마크 부조빅을 상대해보니 어떻던가?

정 - 레슬링 부분에선 마크 부조빅이 레벨이 높지만, 나도 그런 선수들과 스파링을 많이 해봤다. 원래 나는 더블 언더훅 상태를 내주는 편이다. 그 상태에서 트라이앵글 초크와 같은 서브미션을 노리는 편인데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원래 하던 것과는 다르게 조심스럽게 경기를 펼쳤다. 점수가 올라간 후부터는 원래대로 여유롭게 했다.


 오늘 대회는 나오지 않았지만 비슷한 체급에 제대로 승부를 겨뤄보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3명만 뽑아달라.

정 - 팀별로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 자주 운동을 한다. 서로 시합에선 만나기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주짓수가 서로 즐기고 싶은데 시합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보면 부담이 된다. 먄악 오늘 내가 완기와 싸웠으면 져도 기분이 별로고, 이겨도 기분이 별로였을 것이다. 


이런 스파이더와 같은 경기가 자주 열리다보면 종합격투기와 마찬가지로 서로 잘 알지만 경기를 가져도 꺼리지 않은 상황이 오게 될 것이다. 그것이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주짓수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선 그렇게 변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자주 하는 분들 가운데 이런 큰 무대에서 하고 싶은 분이 있으면?

정 - 누구를 빼놓으면 서운해 해서 언급하기가 그렇다.(웃음) 대표적으로 우리 팀의 채완기 선수, 와이어 주짓수의 최용원 선수, 장인성 선수. 장인성 선수는 비록 오늘 완기에게 졌지만 미래가 촉망 받는 선수다. 부산의 노영암 선수, 최동화 선수, 대구의 황명세 선수. 대구의 경우엔 높은 수준의 선수들이 많이 있다. 시합에 잘 안나오는 것 뿐이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시합을 나오고 정말로 블랙 벨트 다운 선수들은 다 꺼림직 하다.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나도 20대 때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항상 이긴 사람은 이길 자신이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풀렸다. 30대가 넘으니 컨디션을 타더라. 예전처럼 전투적인 마음은 많이 사라졌다. 스파이더 시합을 뛰면서 부담이 많이 됐다. 도전을 하고 내가 지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하게 됐다.


채 -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호원이 형님께서 다 말씀해주셔서...같은 마음이다.


 채완기 선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경량급 최강의 선수다. 만약 부상이 없었다면 무제한급 경기에서 좋은 내용의 경기를 펼쳤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주특기가 한정되어 있다보니 스타일이 상대방에 노출되면 불리하지 않은지? 이번에 장인성 선수도 채완기 선수의 스타일을 연구하고 대비했을 것이다. 한 가지 스타일에 고집하지 않고 몇 가지를 준비해야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 것이라 생각하는데,

채 -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시합을 위해서 다양한 스타일을 준비한다. 하지만 시합에서 보여주는 것은 한정되기 마련이다. 우선 부상을 치료하고,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열심히 준비해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정 - 한 말씀 드리면, 지도자나 주짓수를 즐기는 측면에선 모든 기술이나 포지션, 이를테면 탑, 가드 등 여러가지 잘 해야한다. 하지만 시합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선 자신만의 강력한 주특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최용원 선수나 장인성 선수 등은 그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세계 무대에서도 통한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스파이더 토너먼트 대회가 열린다고 들었다. 두 선수 모두 내년 경기에도 출전할 것인가?

정 - 그 질문을 많이 듣는데, 지금 심정에선 출전하기 싫다. 주짓수는 어떤 시합에 나가 1등이 되기 위해 한다기 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짓수 자체를 즐기는데 더 큰 목표를 갖고 있다. 나도 그렇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기 이야기가 들리면 다시 하고 싶어 질 것이다. 근데 지금 트로피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나 이걸로 끝이라고 하고 싶다. 그래도 그 때가오면 다시 하고 싶어질 것이다. 항상 그것이 반복 되더라.


채 - 나는 이런 무대가 있다면 토너먼트보다는 스패셜 매치로 했으면 좋겠다. 그땐 팔이 부러져도 할 것이다. 시합은 항상 부담되지만, 강한 상대를 붙여주신다면 투지 넘치는 채완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성욱 기자 mr.sungchong@gmail.com


■ 스파이더 인비테이셔널 브라질리언 주짓수 챔피언십 파이널 결과


[76kg급 준결승전] 채완기(비스트짐) VS 장인성(KJ/와이어 주짓수)

채완기, 2-2(어드밴티지 3-2) 승 


[76kg급 준결승전] 이바름(팀 루츠) VS 조영승(존 프랭클 주짓수)

조영승, 2-0(어드밴티지 1-1) 승


[76kg 이상급 준결승전] 김봉조(KJ/리스펙트) VS 마크 부조빅(동천백산 본관)

마크 부조빅, 4-2(어드밴티지 1-2/ 페널티 0-1) 승


[76kg 이상급 준결승전] 정호원(존 프랭클 주짓수 평택) VS 이대웅(존 프랭클 주짓수 관악) 

정호원, 4-2(어드밴티지 0-0) 승


[스페셜 매치(노기 7분)] 함서희(팀 매드) VS 이은미(KJ/와이어 주짓수)

함서희, 3-0(어드밴티지 0-0) 승


[76kg급 결승전] 채완기(비스트짐) VS 조영승(존 프랭클 주짓수)

채완기, 백 포지션 기 초크 승


[76kg 이상급 결승전] 마크 부조빅(동천백산 본관) VS 정호원(존 프랭클 주짓수 평택)

정호원, 4-2(어드벤티지 2-0 /페널티 1-1)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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